Press Release [한겨레] 정부, 세종시 이전 추진 연구기관들 “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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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와 ‘산·학·연 클러스터’를 앞세운 세종시 수정안을 급조했다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세종시로 옮겨갈 가능성을 언급한 국내외 연구기관 22곳이 해당 연구기관과 구체적인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았거나, 이미 다른 지방에서 유치활동을 벌여 성사단계에 이른 곳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총리실 산하 세종시 실무기획단이 23일 밝힌 세종시 유치 대상 연구기관은 한국개발연구원, 노동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경제·인문사회 연구기관 16곳과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국가핵융합연구소 2캠퍼스(신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연구개발인력교육원과 고등과학원 분원(신설) 등이다. 국제백신연구소,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막스플랑크연구협회(신설) 등 외국 연구기관 3곳도 유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 16곳은 유관업무를 하는 각 정부 부처의 ‘싱크탱크’ 구실을 하는 곳이라 행정부처 이전이 백지화하면 이들도 옮기기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기획단도 수정안에서 ‘정부 부처 이전과 연계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와 관련해 세종시 실무기획단 핵심 관계자는 “정부 부처와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문제를 다시 논의해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두 옮기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여, 사실상 일부 연구기관은 세종시 이전이 불투명해졌음을 인정했다.
해당 기관의 관계자들도 대부분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세종시로의 이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거리가 멀어지면 효율이 떨어진다는 논리로 원안을 뒤집었던 정부가 수정안을 급조하면서 어떻게 연구기관을 멀리 떼어놓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조세연구원 관계자는 “세제 연구를 하다 보면 과천의 기획재정부 관계자와 긴밀히 접촉해야 하고 청와대 업무도 해야 하는데, 더 멀리 옮겨가라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이전 대상기관으로 거론되는 데 대한 내부의 반발 여론을 전하며 “(그래도 정부가 이전을 강행하면) 박사급 고급인력은 대학 등 다른 직장을 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국의 유치 연구기관으로 거론된 당사자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유엔개발계획(UNDP) 산하 기관으로 현재 서울대 연구공원에 입주해 있는 국제백신연구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나 내부적으로 제안받은 건 없다”며 “현재로서는 세종시로 갈 계획은 없고, 만약 이전한다면 여러 나라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제백신연구소는 연구시설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이번 추진안에 언급된 외국 유치 연구기관 2곳은 그동안 다른 지방에서 유치를 추진해온 곳이라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아태이론물리센터는 2001년 서울에서 경북 포항의 포스텍으로 본부를 이전한 바 있으며, 막스플랑크연구소는 경북도와 포항시가 지난해 8월 유치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아태물리센터는 8년 동안 포스텍에 자리를 잡으면서 정착한 단계고, 막스플랑크연구소는 포항의 연구인력들과 함께한다는 전제 아래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들 기관의 세종시 이전·설립 검토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정부 관계자들도 알고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성환 이경미 기자, 대구/박영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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